시효완성 후 일부 변제, 곧바로 시효이익 포기일까 — 2025년 전원합의체 판결
민사법대법원 2025. 7. 24. 선고 2023다240299 전원합의체 판결 · 2026. 10. 11. 작성
소멸시효가 완성된 뒤 채무자가 빚의 일부를 갚았습니다. 종전 판례는 이런 경우 채무자가
시효완성 사실을 알고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대법원은 2023다240299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 추정 법리를 더 이상 유지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제 시효완성 후 승인이나 일부 변제가 있으면, 포기 의사가 있었는지를 사안의 사정으로 따로 따져야 합니다.
요점
- 시효완성 후 채무 승인만으로 시효완성을 알고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하지 않습니다.
- 시효완성 전 승인은 시효중단 사유이고, 시효완성 후 포기는 이미 생긴 시효이익을 버리는 의사표시입니다. 둘은 요건이 다릅니다.
- 포기는 명시적으로도 묵시적으로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시효완성을 알고 있었는지, 그 이익을 버리려는 효과의사가 있었는지를 엄격하게 따집니다.
1. 무엇이 바뀌었나
종전 판례
- 시효완성 후 채무를 승인하면 시효완성 사실을 알고 그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 채무자가 그 추정을 깨뜨릴 사정을 내놓아야 하는 구조였습니다.
2023다240299 다수의견
- 승인이나 일부 변제가 있었다는 것만으로 포기 의사를 추정하지 않습니다.
- 시효완성을 알았는지와 포기 의사가 있었는지를 구체적 사정으로 심리해야 합니다.
다수의견은 네 가지 이유를 들었습니다. 시효기간이 지났다는 사정만으로 채무자가 시효완성을 알았다고 볼 경험칙이 없습니다.
채무 승인은 채무가 있다는 인식을 알리는 관념의 통지이지만, 시효이익의 포기는 그 이익을 버린다는 효과의사가 필요한 의사표시입니다.
권리를 버리는 의사표시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는데 추정 법리는 이 심리를 건너뛰게 만듭니다.
그리고 민법 제184조의 취지에 비추어 추정은 채무자를 불리하게 하고, 추심 과정에서 승인을 받아 내 시효이익을 잃게 하는 데 쓰일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판결은 이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에서 66다2173, 92다4796, 98다46808, 2013다12464, 2021다244·251 판결 등을 변경했습니다.
대법관 5인의 별개의견은 원심 파기라는 결론에는 찬성했지만, 추정 법리를 폐기하는 판례 변경에는 반대했습니다.
답안에서 “대법원은 추정 법리를 유지한다”고 쓰면 별개의견을 다수의견으로 옮긴 셈이 됩니다.
2. 시효완성 전 승인과 시효완성 후 포기
| 구분 | 시효완성 전 승인 | 시효완성 후 포기 |
| 성질 | 관념의 통지 | 의사표시(효과의사 필요) |
| 시효완성 인식 | 필요 없음 | 시효완성을 알고 있음을 전제로 함 |
| 효과 | 시효중단(민법 제168조 제3호) | 이미 생긴 시효이익을 잃음 |
| 미리 하는 포기 | 소멸시효의 이익은 미리 포기하지 못함(민법 제184조 제1항) |
같은 “일부 변제”라도 시효완성 전이면 승인으로서 시효를 중단시키는지를 보고, 완성 후이면 포기 의사표시로 볼 수 있는지를 봅니다.
사실관계에서 변제일과 시효완성일을 먼저 대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3. 포기 의사는 어떻게 판단하나
포기는 명시적으로 할 수도 있고, 일정한 행위로부터 의사를 추단하는 묵시적 방법으로도 할 수 있습니다.
다수의견은 묵시적 의사표시일수록 해석 기준이 더 중요하다고 보고, 그 행위자가 불리한 법률효과를 진정으로 의욕하고 이를 외부에 표시했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일부 변제가 있는 사안에서 판결이 든 고려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 일부 변제의 동기와 경위, 자발적으로 이루어졌는지
- 변제한 금액과 시효가 완성된 채무 전체 금액의 차이
- 시효기간이 지난 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 변제 당시와 그 전후 채무자의 언동
- 당사자의 관계, 채무자의 거래 지식과 경험
이 요소들을 종합해 객관적·합리적으로 판단합니다. 결론이 미리 정해져 있지 않으므로 답안에서는 사실관계에 나온 사정을 요소별로 평가합니다.
포기를 주장할 때는 구체적인 사실을 제시해야 합니다. 일부 변제 사실만 제시하고 채무자에게 포기하지 않았다는 반증을 요구하는 종전 추정 방식으로 논증해서는 안 됩니다. 시효완성의 인식과 포기 의사를 뒷받침하는 서면, 대화 내용, 변제 경위가 있는지 기록에서 찾아야 합니다.
4. 가상 사례로 연습하기
아래 세 사례는 학습용으로 만든 가상 사례이며, 실제 기출이나 판결의 사실관계가 아닙니다.
사례 1
완성 후 소액 변제
시효가 완성된 뒤 채권자의 독촉을 받은 甲이 전체 채무의 극히 일부를 한 번 송금했고, 그 밖의 언동은 기록에 없습니다.
종전에는 포기 추정에서 출발했겠지만, 이제는 송금 사실만으로 포기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독촉에 따른 변제인지, 금액 차이가 얼마인지, 시효완성을 알았다고 볼 사정이 있는지를 평가해야 하고, 기록상 그런 사정이 부족하면 포기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씁니다.
사례 2
완성 전 변제
乙이 시효기간 진행 중에 이자 일부를 갚았습니다. 이것은 포기의 문제가 아니라 승인에 의한 시효중단의 문제입니다.
시효완성을 알았는지, 포기 의사가 있었는지를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사례 3
명시적 포기
丙이 시효완성 후 “시효가 지난 것을 알지만 갚겠다”는 취지의 서면을 채권자에게 교부했습니다.
시효완성의 인식과 포기 의사가 문언에 드러나 있으므로 명시적 포기로 볼 여지가 큽니다.
판례 변경은 추정을 없앤 것이지 포기 자체를 막은 것이 아닙니다.
사례 1 답안 예시(요약) — 시효완성 후 일부 변제가 있었더라도 그것만으로 시효완성 사실을 알고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할 수 없다(대법원 2025. 7. 24. 선고 2023다240299 전원합의체 판결).
포기 여부는 변제의 동기·경위·자발성, 변제액과 채무액의 차이, 시효기간 경과 후의 기간, 변제 전후의 언동, 당사자 관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한다.
본 사안에서 甲의 변제는 독촉에 따른 1회의 소액 송금이고 시효완성을 인식했다고 볼 사정이 드러나지 않으므로, 포기를 인정하기 어렵다.
5. 자주 하는 실수
- “일부 변제 = 포기”로 바로 연결하는 것. 종전 추정 법리에 따른 서술입니다.
- 반대로 “일부 변제는 포기가 될 수 없다”고 쓰는 것. 사정에 따라 묵시적 포기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 시효완성 전 승인(중단)과 시효완성 후 포기를 같은 요건으로 묶는 것.
- 별개의견의 추정 유지론을 다수의견처럼 쓰는 것.
- 이 판결을 법률 개정처럼 시행일·경과규정의 틀로 설명하는 것. 이번 변화는 조문이 아니라 판례 법리가 바뀐 것입니다.
6. 원문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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